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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폐기물 침출수로 고통받는 마을 “이제 더 이상은 안돼”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기사입력 2023.03.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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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지역 희생 요구하는 환경시설 입지... “충분한 보상”이 공정사회

     

     

    탐방부여군 장암면 동남부 5개 마을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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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부여군 장암면 소재 A 폐기물재생처리업체 전경>

     

    불법폐기물 침출수로 고통받는 마을"이제 더 이상은 안돼

     

     

    특정 지역 희생 요구하는 환경시설 입지... "충분한 보상이 공정사회

     

     

    199811월 폐기물을 활용해 벽돌과 공장부지 성토재를 생산한다며 A 폐기물재생처리업체가 부여군 장암면 장하2리에 들어섰다. 25년 전 이야기다.

    A 업체가 공장을 차린 곳은 우대골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개울을 이루고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는 장하2리의 얕은 산이었다.

    하지만 업체가 들어서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개울은 시커멓게 변해갔다. 한여름이면 우대골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개울에서 나는 숨을 쉴 수 없는 악취로 마을 사람들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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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오염된 상태로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는 하천 모습>

     

    그동안 마을주민들은 공장과 부여군청, 군의회를 찾아 수십 번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조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공허한 답변만 메아리쳤다. 공장은 지난 20년 동안 가동되다가 대표가 세상을 떠난 20185월 폐업했다.

    주민들은 공장이 폐업하면 공기 좋고 물 좋은 옛날 장하리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순진한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우대골에서 내려오는 개울의 사정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붉은 물이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악취는 계속됐다. 여기에 18가구 밖에 안되는 마을에서 지난 10여년 간 10여 명의 주민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이에 장암면 동남부 5개 마을(장하리 1, 2리와 상황리, 하황리, 북고리) 사람들이 모였다. 민선 7기 들어 박정현 군수의 강력한 행정조치에도 힘도 얻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행정당국이 그동안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폐기물 매립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환경권이 침해됐다. 이 사례를 제대로 밝혀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꼭 밝히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부여군이 201911월 행정조사로 폐기물 불법매립 사실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조사 거부에 대한 과태료 처분과 형사고발도 이어졌다. 20223월부터는 강제조사에 나서 사업장 및 인근 부지에 폐기물 불법매립 사실도 확인했다.

    주민 대상 환경보건 노출평가도 이뤄졌다. 충남도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충청남도 권역형 환경보건센터조사결과 5개 마을주민 중에 중금속 및 환경호르몬 검사 기준 초과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에 부여군은 주민들의 건강생태와 A업체의 불법폐기물 매립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전문 수행기관의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2023년 추경에 사업비를 확보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또 무엇보다 계속 유출되는 침출수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올 2월에는 사업자에게 침출수 처리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업체 측의 반발도 적지 않아 현재 행정명령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맞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에 본지는 5개 부락 협의체를 찾아 그동안 이 지역에서 벌어진 환경오염의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하천 흙은 시커멓게 변해 있고, 졸졸 흐르는 물은 붉은 빛

    주민건강조사, 중금속인 비소, 환경호르몬 검사 수치 높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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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남 부여군 장암면 동남부 5개 마을 협의체 회장인 장하1리 강상모 이장>

     

    충남 부여군 장암면 동남부 5개 마을 협의체(회장, 장하1리 강상모 이장) 마을 대표들을 만나기 위해 11일 장하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협의체는 장하1(강상모 이장), 장하2(조덕구 이장), 상황리(권경수 이장), 하황리(조성래 이장), 북고리(문관식 이장) 5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강상무 협의체 회장의 안내로 A업체와 마을로 흐르는 개울의 오염상태를 확인했다. A업체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부여군이나 마을주민조차 출입이 불가능하다. 마을을 관통해서 흐르는 개울은 상황천으로 봄 가뭄 탓인지 수량은 그리 많지 않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금강까지는 약 2킬로미터로 이 물은 그대로 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하천의 흙을 시커멓게 변해 있고, 졸졸 흐르는 물은 붉은 빛을 띤다. 고인 곳은 붉다 못해 검은색으로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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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하천 모습2. 붉은 물이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

     

    강 회장은 "분뇨 썩은 냄새와는 다른 악취로 숨쉬기가 힘듭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얼마나 심한지 하천 주변에서는 농사짓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인근 5개 부락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요. 주민들은 악취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라며 심각성을 제기했다.

     

    실제 전문 기관 조사결과 일부 주민들의 몸속에선 중금속과 환경호르몬까지 검출됐다. 검사는 지난해 825일 순천향대병원 충남도 권역형환경보건센터에서 설문조사와 신체계측, 흉부방사선 검사, 혈액검사(21), 소변검사(10)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당시 조사에는 주민 114명이 참여했으며, 참여주민 대부분(82)70대 이상 고령자였다. 조사결과 46명의 주민에서 중금속인 비소가 참고치(100/L)보다 높게 검출됐다. 그 밖에 알루미늄(20/L) 46, 망간(2/L) 22, 구리(70/L)6명이 검출됐다

    또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대사체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대사체 등 환경호르몬 검사에서도 노출 수준이 높은 주민들이 확인됐다.

    충남도 권역형환경보건센터 이용진 센터장은 "중금속, 환경호르몬이 기준치와 참고치를 초과한 주민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예방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비소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조금만 섭취해도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급성 중독 땐 사망할 수도 있다. 과다 흡입하면 폐암을, 과다 섭취하면 피부암과 방광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폐암 발생의 원인으로 침출수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벽돌생산공장이 불법폐기물 매립장으로 둔갑(?)

    지난 20년 주민들의 항의는 소귀에 경 읽기일 뿐

     

    장암면에 A업체가 자리를 잡은 것은 1998년이었다. A기업은 199811월 폐기물재생처리(연소재 벽돌 원료 생산 및 공장부지 등 성토재 생산) 신고를 수리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벽돌을 만드는 사업으로 신고제 영업 허가였다. 2001년에는 폐기물 중간처리업(2006년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으로 명칭변경)으로 추가 허가를 받았고,20034월에는 공장부지 등 성토제 생산은 삭제하는 변경신고를 했다. 2004년에는 회사명도 G산업에서 S기업사로, 대표이사도 변경했다. 이와같이 A기업은 폐기물 매립업 허가는 득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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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부여군 장암면 소재 A 폐기물재생처리업체 전경>

     

    공장이 들어선 뒤 마을은 악취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공장 가동이 된지 얼마 후부터는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에서도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A기업은 20년 동안, 20184월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폐업 신고를 할 때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민선 7기 들어 불법폐기물 매립 의혹 사건 새로운 국면

    불법매립에 침출수는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질소화합물 검출

     

    20187월 민선 7기 박정현 군수가 취임하면서 장암면 A기업의 불법폐기물 매립 의혹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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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2018년 부여군수 후보 환경정책 토론회 모습>

     

    A기업의 불법폐기물 매립에 대한 진상규명은 민선7기 박정현 군수의 후보시절 공약이었다. 박 군수는 "건설폐기물 재활용 사업장에서 시커먼 침출수가 나온다는 건 산업폐기물을 매립하였다는 의혹이 있다"(이미 폐업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여군은 행정명령을 가동 202164~6일 해당 사업장 토지를 각각 2m, 3m. 4.5m 깊이로 채굴, 충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시료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결과 구리와 유기물, 산성도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구리의 경우 2m, 3m. 4.5m 지점의 시료에서 각각 1.13mg/L, 3.564mg/L, 10.65mg/L가 나타났다. 이는 반경 1내에서 채취한 대조시료(0.016mg/L)와 비교했을 때 70~665배나 많은 수치다.

    또 유기물도 2m, 3m. 4.5m 시료별로 9.5%, 20%, 17.7%로 나와 기준치(3.1%) 보다 3~5배가량 높았으며, 산성도(pH) 역시 11.7pH, 11.9pH, 10.1pH가 검출돼 대조시료(8.7pH) 보다 높게 나타났다.

    침출수에 대한 분석결과도 나왔다. 공장에서 개천으로 흘러나오는 입구에서의 수질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질소화합물이 검출됐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235/L(3급수기준치 6/L), 총유기탄소량(TOC)302.6/L(3급수기준치 5/L)였다.

     

    부여환경연대 관계자는 "이러한 수치는 사업장 매립지 안에 엄청난 양의 독성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침출수는 아무런 정화처리도 없이 그대로 하천을 통해 국가하천인 금강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구나 현장조사를 마친 부여군에서는 "해당 사업장에 침출수 처리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침출수 처리장 건설이 시급함을 알렸다.

    이에 부여군은 불법매립 사실확인과 함께 업체의 조사 거부에 대해 과태료 처분 및 형사고발 조치를 했다.

    또 부여군은 주민들에 대한 건강검진도 실시했다. 20227월부터 202212월까지 주변마을 5개 부락 주민을 대상으로 충청남도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권역형 환경보건센터 주관으로 환경보건 노출 평가를 실시했다.

    한편, 부여군은 2023년 올해 검사 기준 초과와 A기업 불법폐기물과의 연관성 확인을 위해 전문용역 수행기관을 통해 추가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부여군은 올 2,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는 침출수를 처리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 조치명령을 내린 상태다.

     

    에필로그

     

    환경처리시설이 자기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반길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살고, 도시가 만들어지면 온갖 배설물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처리장의 설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그렇다고 마을마다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실탄이 장전된 러시안 룰렛게임처럼 부여군 전체 주민을 위해 어느 특정 지역을 희생해야 하는 잔인한 제비뽑기와 같다.

    부여군에서는 장암면이 그 지역으로 특히 장하리 1, 2리와 상황리, 하황리, 북고리 5개 부락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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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금강이 흐르고 있는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마을 전경>

     

    장암면 동남부 5개마을 협의체는 침출수 처리장에 대해 부여군에서 시행 후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라도 더 이상 주민들의 피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장하2리 마을주민 이주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 공사를 시작한 북고리 소각장 건설과 함께 반입 쓰레기와 운영감시에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모니터링단 구성 등 요구했다.

    이에 부여군은 소각장 관련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 장암면 주민지원 사업 찾아가는 자원순환교육 자원순환 리더양성 자원재활용캠페인 및 교육 홍보 등을 보상차원에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군민 전체를 위해 환경시설이 들어서는 특정 지역의 희생은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공정사회이다.

     

     

    무엇보다 5개 마을주민들이 바라는 공공기관 유치 및 기업유치로 일자리 창출 금강대교 건설에 따른 인구유입 및 관광지 개발 강변 나루터 복원 및 강변 고수부지(캠핑장) 개발 파진산 인공폭포 설치로 관광 명소화 등에 대해 적극적인 화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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